이뭣고

  >   수행·신행   >   이뭣고   >   질의응답

질의응답

축서사까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 마하심 작성일15-10-04 08:50 조회1,739회 댓글1건

본문

가을이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에 물든 나의 눈빛이
슬퍼지려고 할땐 몸을 혹사시키지 않으면
단련되지 않은 마음이 가을에게 지고 만다.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고 살고자 하지만
마음은 어느새 가을 하늘의 풍선처럼
둥둥떠서 제 마음대로 돌아다닌다.

이런 때에 좋은 제안이 들어왔다.
보궁기도를 시작한지 9년쯤 되고보니
그동안 보궁기도를 이끌어 온 법우들은
기도에 점점더 갈증을 느끼는 듯 했다.

매달 3일간 하는 보궁기도,그리고 한달에 한번씩
다라니 기도,백중 보름간 지장기도,관음재일에
대웅전에서 관음기도...이것도 부족하단다.
그래서 어느 보살님의 제안으로
축서사까지 걸으며 또 다른 기도의 맛을
느껴보자고 하신다.아름다운 이 가을날에...

처음에는 각자 자신의 기도로 한걸음씩 옮기며
영주에서,봉화에서 축서사까지 걷자고 했다.
그런데 다시 한마음으로 뭉쳐졌다.
일심으로 다라니를 독송하며
각자의 걸음이 한 걸음이 되도록 그렇게...

영주에서 어슴프레한 새벽에 출발하여 오신 분들이
동이 튼 아침에 봉화에 도착했을 때는
그들의 입에서는 여전히 고요한 다라니가 흐르고,
지칠법도 한 그들의 걸음에 아직 힘이 넘쳐났다.

상상밖의 이 풍경에 지켜보는 우리들의 가슴은
그 어떤 가을 풍경보다 아름다운 모습에
눈물조차 고요하게 흘려내렸다.

이제 우리 17명은 모두 함께 걷는다.
느긋한 걸음에 마음은 자꾸 앞서나간다.
다라니를 하며 천천히 걷는 걸음에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아~이건 아닌데!'하며 잠시 생각을 저만치 두고 오면
어느새 나의 걸음은 종종 걸음이 된다.
제멋대로 흔들리는 코스모스들처럼
다라니도 각각,걸음도 각각...

그러는사이 잠깐동안 지나쳐버린 가을풍경이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라니를 하는 호흡이 안정을 찾으니
한 마음으로 걷는 걸음에 힘이 넘쳐났다.
다라니가 나를 이끌어주고,도반이 나를 이끌어준다.

수십 년만에 가을 소풍 가는 어린이가 되었다.
한줄로 가면서 다라니 합창을 하니 두 팔은 저절로
힘차게 흔들렸다.신이난다!
보이는 두두물물이 이렇게 아름답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내 눈빛과 마음이 천사가 되는 순간이다.
저 푸른 하늘을 향해,누런 들판을 향해,
과수원의 빨간 사과들을 향해 우리들의 다라니는
더 크고,힘차게 울려퍼졌다.

좌선을 할때 가끔 내가 사라질 때가 있다.
내가 누구인지를 묻고 있는 그놈만 남아서
오롯하게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차들이 쌩쌩 내달리는 도로위에서
내가 그러고 있다.
다라니를 힘차게 하고,팔을 휙휙 내젓던
내가 사라졌다.
뭔가에 이끌려 가고 있지만 이 고요함은 또 뭔가??

어느새 축서사 가까이 오니 가슴에서
자꾸 뭉클뭉클한 뭔가가 올라온다.
헹주치마입은 엄마가 반갑게 맞아주려고
축서사 입구에서 환한 얼굴로 기다리고
계실 것만 같은...

축서사 오르막을 오르니 숨은 턱까지 차고,
발은 점점 무거워졌다.
이럴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고비를 넘길지 잘 알고 있다.
그래,더 힘차게 다라니 함성을 우주법계에까지 들리게 하자!

우주법계에 울리는 내소리를 들으며
축서사 마당에 들어서니
생각보다는 마음이 차분했다.
오히려 그러한 마음이 대견했다.
그래...결코 대단한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대단한 일을 한건 맞다!
대웅전에서 108 참회를 하며 가을날
우리의 아름답고 긴 여정을 마무리 했다.

우리들의 가을풍경 속에 큰스님도 그려넣었다.
참 인자하신 모습으로 웃어주신다.
큰스님의 말씀처럼 오늘을 기억하며 생활속에서
잘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나 자신을 속이지 않으며...

올 가을의 풍경은 담담한 마음으로 내 눈속에 다 넣어봐야겠다...

댓글목록

마하심님의 댓글

마하심 작성일

영주에서 7명의 법우님들이 새벽 4시40분에 출발해서 쉬어,쉬어가며
봉화에 8시30분쯤 도착하셨습니다.
그리고 봉화에서 간단한 아침 간식을 먹고,저희들을 격려차  마중 나오신 총무스님과
잠시 얘기를 나누고 10명의 법우님들이 합류하여
17명이 9시에 출발하여 쉬고,쉬고 또 쉬며 1시 30분쯤 축서사에 도착했습니다.
마중나올것 같았던 상상의 엄마 대신 혜오스님께서 아래에까지 마중을 나오셨더군요.
이번 보행정진 두고두고 잊지 못할 좋은 시간들이었지만,특히
도반들에게서 서로서로 감사함을 느끼는 정말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그 먼길 마다하지 않고 동참하셔서 저희들에게 큰 힘을 주신 계수행 보살님과
저희들 안전을 위해 저희들 뒤에서 차량불빛 깜빡깜빡거리며 저희들을 에스코트 해주신
영주 연화정 보살님의 거사님께도 정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모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힘이 돼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인연 공덕으로 더더욱 열심히 매진할 수 있는 우리들이 되기를 발원해 봅니다.
가을날 축서사까지의  보행정진 인연공덕 우주법계에 회향합니다.마하심 합장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