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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수원시립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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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혜안등 작성일09-09-07 08:58 조회2,1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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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_ 정지용 _

 

넓은 벌 동쪽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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