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은 인류가 꼭
  배워야할 공부”
 
무여스님 ‘화두참구법’ 주제 법문 간추려
 ‘쉬고, 쉬고 또 쉬고’ 발간
 
“현대인의 불안심리 해소위해 정진” 강조
 
“깨달음은 ‘올라가지 못하는 나무’가 아니다. 간절한 발원 없이 슬슬 터치하듯 수행하니까 어려울 뿐이다.” 봉화 축서사 조실 무여스님이 오랜만에 ‘간화선’을 내걸고 대중 앞에 섰다. 20여년간 축서사에서 수좌들과 정진하며 한국선(禪)의 가풍을 새롭게 정립하는데 온힘을 쏟아왔던 스님이다.
 
“확철대오(廓撤大悟)하려면 간화선을 해야 합니다. 간화선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공부가 아닙니다.
반드시 꼭 해야 하는 공부입니다.”
 
“일생동안 전공했고 공부했던 사람으로서 간화선은 인간이 개발한 최상승의 수행법’이라는 스님의 간화선 예찬론은 ‘쉼’이라는 어렵잖은 가치에 도달한다.
간화선의 전제이자 과정이면서 목표를 ‘쉼’에 두었다.
 
 
<사진> 봉화 축서사에서 20여 년간 수좌들과 참선정진하며 한국선의 가풍을 정립하는데 온힘을 기울이고 있는 무여스님은 “간화선 보급은 불교가 인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아래는 ‘쉬고, 쉬고 또 쉬고’ 표지
 
 
이에 <쉬고, 쉬고 또 쉬고>는 무여스님이 지난 2007년 한해동안 축서사서 ‘화두참구법’을 주제로 설법한 법문 중 현대인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만 추려낸 책이다.
 
“내 마음속에 참나를 찾고 행복을 찾는 마음공부에 꼭 필요한 준비는 바로 내 마음속에서 ‘고요’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불행하다고 느끼는 순간, 괴롭다고 느끼는 순간, 화(禍)가 고개를 쳐드는 순간, 그 순간순간마다 우리는 마음속의 ‘고요’를 찾아내야 합니다. 그 ‘고요’는 쉬고, 쉬고 또 쉬기 위한 첫걸음이자 바탕입니다.”
 
이처럼 고요는 마음을 닦는 선의 열쇠로서, ‘지금 이 순간 깨어있는’ 명상법이자 마음공부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자세다. 따라서 “마음공부를 위한 준비로서 쉬고, 화두와 맞닥뜨리는 상황 속에서 쉬고, 마침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러 또 쉬고, 이렇게 쉬고 또 쉬는 마음공부는 내 마음의 평화와 행복,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의 평화와 행복, 그 모두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스님의 설법이다.                                                                  
 
뛰고, 뛰고, 또 뛰어도 잘 살까 말까 하는데, 쉬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도 스님은 시종일관 “쉬고, 쉬고, 또 쉬면 두려울 게 없다”고 잘라 말한다. 경제한파로 IMF 때보다 어렵다는 요즘, 청년실업에 대한 ‘일자리 공포’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일할 장년층은 직장서 쫓겨날까봐, 노년층은 정년퇴직 후 할 일이 없어서, 등등 가히 전국민이 ‘일자리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스님은 두려움에서 벗어나려면 두려움의 정체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귀띔한다. “일자리 공포의 정체는 대체로 경쟁체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런 경쟁은 오로지 다른 사람들과의 싸움을 강요한다. 이러한 싸움과 경쟁에서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을 내려놓은 다음, 쉬고, 쉬고, 또 쉬면 조바심이 아니라 평정심으로 안식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행복, 가슴벅찬 행복이요 나와 남 모두가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이다.”
 
깨달음을 지향하는 수행자를 유념한 일침도 잊지 않았다. “수행자가 이 공부에서 성공하려면 간과 쓸개가 있어서는 안됩니다. 나라는 존재마저도 잊고 참고 참으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예로부터 수행자는 인욕의 갑옷을 입은 인욕의 화신이라고 했습니다…인욕은 나를 떠나 있어야 합니다. 나를 내세우고 나에게 집착하고 나를 알아주는 마음과 나라는 상(相)이 있는 채로 인욕한다면 그것은 참는 것이 아닙니다.”
 
책은 정통선의 경계를 지켜내면서 재가불자들의 참선수행을 이끌어준다. 생활 속에서 불안을 해소하며 나름대로 선을 실천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될만하다. “간화선 보급만이 불교가 인류에게 할 일”이라고 강조한 무여스님은 지난 5월19일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불교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간화선이 잘 보급되어 활발발해지면 기자님들 월급봉투가 더 두터워질 것”이라는 농담을 전하기도 했다.
 
 하정은 기자 tomato77@ibulgyo.com
 
[불교신문 2530호/ 6월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