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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전스님 다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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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루 작성일14-12-29 10:05 조회4,022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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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옹스님 토굴가

청산림 깊은 골에 일간토굴 지어놓고

송문을 반개하고 석경에 배회하니

녹양춘삼월하에 춘풍이 건 듯 불어

정전에 백종화는 처처에 피었는데

풍경도 좋거니와 물색이 더욱 좋다.

그 중에 무슨 일이 세상에 최귀한고.

일편무위진묘향을 옥로중에 꽂아 두고

적적한 명창하에 묵묵히 홀로 앉아

십년을 기한정코 일대사를 궁구하니

증전에 모르든 일 금일에야 알았구나.

일단고명심지원은 만고에 밝았는데

무명장야업파랑에 길 못 찾아 다녔도다

영취산제불회상 처처에 모였거든

소림굴조사가풍 어찌 멀리 찾을소냐.

청산은 묵묵하고 녹수는 잔잔한데

청풍이 슬슬하니 이 어떠한 소식인가.

일리재평 나툰 중에 활계조차 구족하다.

천봉만학 푸른 송엽 일발중에 담아두고

백공천창 깁은 누비 두 어깨에 걸었으니

의식에 무심커든 세욕이 있을 소냐.

욕정이 담박하니 인아사상 쓸 데 없고

사상산이 없는 곳에 법성산이 높고 높아

일물도 없는 중에 법계일상 나투었다.

교교한 야월하에 원각산정 선 듯 올라

무공적을 빗겨 불고 몰현금을 높이 타니

무위자성진실락이 이중에 갖췄더라.

석호는 무영하고 송풍은 화답할제

무착령 올라서서 불지촌을 굽어보니

각수에 담화는 난만개더라.


해인사 방장스님께서 묘적암에서 수행하실 때 안장대에 올라 자주 암송하시던 싯구입니다.

분향소에서 일백여 제자들이 조석으로 독송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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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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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빛과 물소리가 그대로 실상을 펼친 것인데

부질없이 사방으로 서래의를 구하려는구나

만약 어떤 사람이 나에게 서래의를 묻는다면

바위 앞에 석녀가 아이를 안고 재운다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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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 법전스님 다비식 날 구입한

수행과 깨달음의 자서전 누구 없는가에서 발췌

 

수행자는 바보 소리, 등신 소리 들어야

비로소 공부할 수 있다

 

오늘 밥값은 했는가?

하고자 하는 일을 죽을 각오로 해보았는가?

바보처럼 꾸준히 가라.

그래야 자신도 살리고 세상도 살릴 수 있다!

 

행복에 이르는 길이 있는데 사람이 걷지 않을 뿐이다.

행복은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에 있으며,

그것은 수행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수행이라는 길을 꾸준히 걸어보라.

오래 하다 보면 틀림없이 들어가는 곳이 있다.

반드시 깨칠 수 있으며 깨치면 부처가 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 동네 할아버지에게

인생이란 풀잎 끝의 이슬과 같다는 말씀을 처음 들었다.

그때는 고개를 갸웃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젊었을 때 절집 뒷방 노장님들께 또 그런 말을 듣고서

그때는 긴가민가했다.

내 나이가 팔십하고도 중반에 이르니 이제야

그제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닿아온다.

 

가만히 살펴보니 이슬이 맺히는 것도 새벽녘에 잠깐이요,

해 뜨면 사라지는 것도 아침 사이 어느 한순간이었다.

한평생을 뒤돌아보니 참으로 모든 것들이 정말 찰나였다

 

얼마 전에 마음에 두고서 늘 아끼던 손상좌를 잃었다.

젊은 날에 다비장의 연기 속에서 한 줌의 재만 남기고

그렇게 허망하게 사라지는 것을 보며 또 다른 이슬을 본 것이다.

단 한 철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제방의 선원을 다니면서

오로지 수행에만 전념했던 그를 보내버린 애틋함이 유별했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가까이 있던 제자들에게 지나가는 소리로 말했다.

태어나는 건 순서가 있지만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고 했지…….

 

제문에서 늘 읽고 외웠던 것처럼

이란 구름처럼 한순간에 만들어진 것이고

란 구름처럼 순식간에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하늘이란 넓은 자리에서 살펴보면

생기건 없어지건 크게 개의할 일은 아닌 것이다.

 

언제 죽을 줄 모른 것이 인생이니

살아 있는 동안 참으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리고 사람 몸을 받았고 이왕 살아야 하는 일이라면

제대로 잘 살아야 할 것이다.

나는 도를 닦는 것이 가장 제대로 사는 길이라고 믿고서

한평생을 살아왔다.

수행을 제대로 하는 것 말고는 모두가 부질없는 짓이라고

확신하며 이 길을 걸어왔다.

 

한 주먹으로 황학루를 거꾸러뜨리고

한 번의 발길질로 앵무주를 뒤집었다는

임제 선사의 기개와

찬 서리 속에도 빛나고 빛나던 칼날이라는

법연 선사의 반야검 앞에서

젊은 시절 나 역시 정진의 힘으로 그 선사들만큼 당당했노라고

자부했다.

성철 노사를 비롯하여 늘 좋은 선지식을 가까이 할 수 있는

청복을 누린 것도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수행자의 자세를 잃지 않고서 평생을 애쓰면서 살다 보니

나도 모른 새 하세월이 지나가게 되었다.

나이만 먹고 또 그만큼 시주밥만 축낸 것 같은데

주변에서 나의 입을 통하여 전통적인 선승적 삶의 자락을

기록으로 남기자고 권청했다.

 

허공을 나는 새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선사들의 본래적 삶의 모습인데

그 짓이 가탕키나 한 일인가라고 저어하면서

몇 번이나 거절하였으나 결곡 인정마저 뿌리칠 수가 없었다.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구술하게 되었고

그걸 문자로 옮긴 탓에 세상에 또 한 점의 땟자국을 남기게 되었다.

불조께 이허물을 참회하는 한 줄기의 향을 올린다.

청허 선사께서 남긴 시가 불현 듯 떠오른다.

 

천계만사량 千計萬思量

홍로일점설 紅爐一點雪

천만가지로 행각했던 온갖 것들

화롯불에 떨어진 흰 눈 한 송이.

 

불기 2553(2009)년에 삼동결제일에 해인사 퇴설당에서

서문 삼아 한마디 더하다.

법전

 

 

 


댓글목록

법융님의 댓글

법융 작성일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법전 대종사님의 세수가 그렇게 높으신줄 몰랐습니다.
도를 이루신 어른이시니 부처님을 친견하시고 좋은 세상에 가셨겠지요
수행을 게을리 하는 모든 불자들을 안타깝게 여기셨던 어른이신데...
한국불교의 큰별이 입적하심을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삼가 성불하심을 합장발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