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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2542년(1998) 초파일 봉축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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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5-12-28 18:01 조회2,7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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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불기 2542년 부처님 오신날입니다.


온 누리에 새로운 생명이 약동하는 따사롭고 화창한 이 여왕의 계절에 저 인도의 가비라성에서 정반왕의 아드님으로 이 사바세계에 오셨습니다.


어머니 마야 부인은 아름다운 흰 코끼리가 몸 속으로 들어오는 태몽을 꾸고 잉태를 하여 당시의 인도 풍습에 따라 해산을 하기 위해 왕궁을 떠나 황금마차를 타고 친정인 구리성으로 향하던 도중에 룸비니 동산에 이르렀을 때 아름다운 꽃들이 활짝 피어있는 무우수 가지를 잡으려는 순간 갑자기 산기를 느끼고 선 채로 아무런 고통없이 분만하였습니다.


아기가 태어나니 하늘에서는 꽃비가 내리고 오색 무지개가 수놓아졌으며, 온갖 새들이 노래하고, 뭇 짐승은 춤추고, 천신들은 내려와 예배하며,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분의 탄생을 축복하였습니다.


절대 자유스러운 존재의 나


태자는 태어나자마자 동서남북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걷고 난 뒤 두 손으로 하늘과 땅을 가리키며 사자후(獅子吼)를 하였습니다.


"하늘 위 하늘 아래 나 홀로 존귀하도다. 모든 세상이 다 고통 속에 잠겨 있으니 내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하니 걷는 자욱마다 연꽃이 피어나고, 아홉 마리의 용이 나타나 오색의 감로수(甘露水)로 아기의 몸을 씻어주었다고 합니다.


이 외침은 인류 역사상 위대한 선언입니다.


천상 천하에 오직 존귀한 '나'는 석가모니 부처님 당신만을 의미하는 '나'가 아니라 모든 중생들의 내면의 진실한 자기, 즉 불성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생명의 본질로서 누가 만들거나 준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갖추어져 있는 것으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 세간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모든 생명의 무한한 가치를 말한 것으로 중생은 누구나 불성을 갖추어 부처가 될 수 있고 본성상에는 차별이 없음을 밝힌 말씀입니다.


그래서 모든 인간, 남녀노소나 직업의 귀천이나 빈부, 계급을 막론하고 누구나 존귀한 존재며, 누구에게 예속되거나 지배받거나 구속당하지 않으며, 일체의 불평등으로부터 해방되고 공경을 받아야 한다는 절대 자유스런 완전 독립된 존재라는 인간 해방의 선언입니다.




자비 광명으로 오심




부처님께서 오신 큰 뜻은 광명입니다. 어둡고 캄캄한 이 사바세계에 밝은 빛을 가져오신 것입니다.


우리 중생계는 끝없는 옛적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무명(無明)으로 고통의 바다에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질병과 죽음, 대립과 투쟁, 온갖 시기와 질투심, 중상모략, 좌절, 증오, 패배의식 등 한 순간도 고통이 끊일 날이 없습니다. 지혜의 횃불은 인간의 근원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의 가르침으로 인간 본래의 모습은 좌절이나 절망의 모습이 될 수 없는 영원불변의 법음(法音)인 것입니다.


우리는 코살라국 사위성의 여인 난다처럼 비록 가난하지만 하루 종일 지극한 정성으로 구걸한 동전 두 닢으로 기름을 사서 등불을 밝혔듯이 신심과 원력으로 지혜의 등불을 밝혀 고통과 무지의 질곡(桎梏)에서 해탈해야겠습니다.


부처님이 오신 또 다른 선물은 자비의 은총(恩寵)입니다.


위의 외침 중에서 "온 세상이 고통 속에서 헤매니 내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 하였습니다.


부처님 말씀에 "여래(如來)는 자(慈)다." 하였고, "자비를 떠나 불법을 말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부처님은 자비의 화신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삼계화택(三界火宅) 속에서 끝없이 불타고 있는 중생, 끝없는 고해에 빠져있는 중생, 의지하고 돌아갈 데 없는 고아와 같은 중생을 구출하고 밝은 길로 인도하여 제도하기 위해서 오셨으니 얼마나 거룩하고 위대하십니까?


끝없는 자비로 가난한 자에게는 보배창고를 열어 보이셨고, 병든 자에게는 훌륭한 의사가 되고, 길 잃은 자에게는 길잡이가 되며 생사고해를 건네주는 큰 배였습니다.


부처님은 천상 천하에 거룩한 도사(導師)이시고 삼계의 모든 중생들의 어버이이신 분입니다. 인류는 부처님이 오신 거룩한 날을 맞이하여 부처님이 오신 참 뜻을 깊게 새겨야겠습니다.


정신 개발로 인간성 회복을 지금 우리 사회는 매우 어려운 실정에 놓여있습니다.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한 때입니다.


한 때는 한강의 기적이니, 아시아의 네 마리의 작은 용 중의 하나로 비유되어 경제 모범 국가로 세계인의 찬사를 받고 부러움을 샀으나, 급전직하하여 국가파멸이라는 극한의 상황은 겨우 모면하였으나 소위 아이엠에프 한파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동안 경제 성장과 국가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각종 부정과 비리가 만연했으며, 부도덕하고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이고 비민주적인 행위를 예사롭게 자행하였습니다.


한국인은 언제부터인가 내면보다는 외형을 중시해왔고, 실재보다 과장되고 미화시키는 것이 상식이었습니다. 없어도 있는 체하고, 몰라도 아는 체하고, 셋방살이 신세이면서도 자가용차로 위세를 부렸고, 쥐꼬리만한 수입으로 관광과 여행으로 흥청망청하였고, 가는 곳마다 음식점 아니면 위락시설이요, 퇴폐업소마다 불야성을 이루었습니다. 자기 분수 이상으로 허세를 부리려니 거짓과 허위의 가면극을 연출해야 했습니다. 그 적나라한 모습이 실상 그대로 아이엠에프로 인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비참한 지경에 놓였을까요? 그것은 무명(無明) 때문입니다. 국민이 무지하고 우치(愚癡)한 탓입니다. 어느 특정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보다는 국민 모두의 잘못으로 돌려야겠습니다


그간 경제 개발에만 열을 올렸지 정신 개발이나 인간성 회복에는 너무 무관심하였습니다. 부처님은 "한 끼 굶는 일이 있더라도 마음은 닦으라"고 하셨습니다. 진정으로 자신에게 귀의하여 자기의 등불을 밝히고 법등을 밝혀서 아이엠에프라는 어둠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야겠습니다.


아울러 부처님의 대자대비가 불우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오늘도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수 만 명의 실직자와 무직자에게 충만하여 은총이 있기를 기원하고, 대승보살심(大乘菩薩心)으로 침체된 사회적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의기소침한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일깨워주는 부처님 오신 기념일이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끝으로 여러 불자님들의 가정에 불은(佛恩)이 가득하기를 축원합니다.



불기 2542년4월 초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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