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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간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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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현범 작성일06-11-23 17:06 조회2,7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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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간절함



권현범


축서사에 다녀온지 며칠 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별고 없으신지요?
저희는 잘 있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어서인지 학교는 무척 떠들썩합니다. 다들 방학동안 풀어 두었던 긴장의 끈을 다시 조여매고 새로운 생활에 임하고 있습니다. 점심시간 30분을 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수업이 진행되는 지라 일과가 끝날 때까지는 무척 바쁩니다. 하지만 하루일과를 마치고 학교 벤치에 앉아 서쪽 하늘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며 지는 해를 바라보노라면 축서사에 머물렀던 때와 비슷한 기분을 느낍니다.
축서사에 머물렀던 시간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아스팔트로 뒤덮인 회색빛 도시를 벗어나 대지가 나무 그늘아래 편히 숨쉬는 곳에서 자연과 벗하며 쉴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릅니다. 또한 고요하고 경건한 가운데 긴 호흡으로 진행되던 예불시간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 이곳에서도 축서사에서처럼 맑게 살고 싶습니다. 겨우 며칠사이에도 그리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꼈지만 꾸준히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일전에 사랑하던 이와 헤어져 고통스러워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미칠 것 같던 중에 어떻게 하면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참으로 간절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지인의 도움으로 가까운 사찰을 찾아 참선하던 중 문득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저를 바라볼수 가 있었습니다. 내가 둘로 나뉜듯한 느낌에 처음에는 놀랐으나 곧 그것이 ‘참나’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랬더니 어느새 슬픔과 고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다만 고요하게 호흡을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참나’ 를 살짝 훔쳐본 듯한 그 경험이 있은 후로 몇 주간은 그나마 맑은 삶을 살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다시 그런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에 참선하고 스스로를 바라보려고 노력해도 잘 되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 당시 가졌던 간절함이 부족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 제게 축서사에서 머물렀던 시간이 간절함을 되찾게 해준 느낌입니다. 또한 무여 큰스님께서 호흡에 집중하라 일러주신 것이나 혜산스님께서 ‘잘 익은 사과는 누가 보아도 탐스럽다’고 깨닫게 해주신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매순간 스스로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꾸준히 저의 길을 걸어가 보자 합니다.
지난 9월 4일 월요일에는 이번 학기 첫 심우회 법회가 있었습니다. ‘심우회’ 라는 동아리는 초기에는 불교를 근간으로 시작하였으나 여름방학 의료봉사라는 행사를 병행하다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불교색은 많이 옅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직 스스로를 찾을 준비가 되지 않은 친구들을 보면 언젠가 축서사에 데려가서 이번에 저희 동기들이 했던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축서사 식구들 모두 건강하시길 빌겠습니다.




권현범┃현재 동국대학교 한의예과에 재학중으로 지난 늦여름 6명의 학교친구들과 함께 축서사에 3일간 머물면서 젊은 불자의 모범적인 신행생활을 보여준 신심 있는 불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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