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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호및지난호

누룽지는 아무나 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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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작성일07-02-25 21:44 조회2,7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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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는 아무나 주나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청년의 신성한 국방의 의무는 이곳 산사에서도 예외는 없는지라, 아직 이십대 초반인 ○행자님은 남들은 일 년이면 끝나는 행자생활을 삼년 째 하고 있다. 지적호기심이 왕성한 우리 행자님, 기회만 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큰스님께 묻고 또 묻고 하시는데 가끔은 특이한 질문으로 큰스님께 꾸지람을 듣기도 한다. 절에 갓 입문한 행자님들이면 예외없이 초발심자경문을 배우게 된다. 축서사는 일 년에 한차례 큰스님께서 직접 초발심자경문 강의를 하신다. 매번 강의가 끝나면 질문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데, 열에 여덟 번은 ○행자님 몫이다. 얼마 전의 일이다. 그날 배운 내용 중 ‘심정즉선신(心淨則善神)이 필호(必護)하고’ 라는 구절이 마음에 걸리셨나 보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선신이 보호한다고 하셨는데, 선신과 악신이라는 말 중에 나오는 신이 신중단의 신을 이야기합니까? ”

“음...그렇다고도 볼 수 있지.”

“그럼, 큰스님께서는 공부하시면서 신장을 느껴본 적이 있으신지요? ”

“음... 꼭 사천왕처럼 신장이 대단한 존재라고만 생각하지는 마. ○행자가 공부를 잘하고 있으면 공양간의 보살님이 누룽지라도 긁어서 갖다 주고 싶지 않겠어? 아무리 하찮은 누룽지라도 아무나 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게 아니야. 착하고 어진 사람을 주고 싶지, 농땡이를 부리는 사람에게 주고 싶겠어? 잘못 살고 있는 사람한테는 주고 싶어도 안 준다. 내 마음은 주고 싶어도 칭찬이 안 나오고 돈이 안 나와. 그것 자체가 박복한 것이라. 알겠지, ○행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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