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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호및지난호

수행과 부부관계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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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성우(불교수행전문작가) 작성일07-08-10 14:29 조회3,3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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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수행을 시작하면서 부부간의 성(性)생활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 지 고민입니다.


답변. 출가 수행자라면 당연히 섹스를 비롯한 음욕을 멀리 하겠지만, 결혼한 재가자는 성생활을 완전히 외면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지혜로운 처신이 필요합니다. 부부 모두가 불자일 경우는 기도기간이나 집중수행기간에 각방을 쓰는 등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자제할 수 있겠지만, 한 쪽이 불자가 아닐 경우는 무조건 성관계를 거부하기가 어렵습니다. 조금만 눈을 돌려도 온갖 유혹에 노출된 요즘 성인들은 욕구불만이 쌓일 경우, 자칫 불륜과 같은 더 큰 불행으로 빠져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00일 기도처럼 심신(心身)의 청정이 꼭 필요한 시기에는 배우자의 양해를 구해 잠정적으로 성관계를 중단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평상시에 가정에서 청정한 분위기와 몸가짐으로 성관계를 최소한으로 절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배우자가 성욕이 왕성하거나 수행자 스스로도 욕망을 참기 힘든 경우는 ‘애욕(愛慾)’을 극복할 수 있는 수행을 선택해서 반드시 실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애욕의 무상(無常)함을 관찰하는 ‘부정관(不淨觀)’이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부처님 재세시에, 마가다국 왕사성의 시리마라는 예쁜 기생에게 첫눈에 반한 비구를 깨우친 방편이 바로 이 방편입니다. 부처님은 그 비구가 돌연사한 시리마의 시체를 관찰토록 해 음욕의 실체를 깨우치게 한 뒤, “사람의 몸이란 일단 호흡이 정지되면 썩어서 시리마와 같이 되고 마느니라. 이토록 무상한 육신을 탐하고 집착해서 무엇하겠는가.”(법구경) 라고 설하고 있습니다.
부정관을 실천하기 어렵다면, 항상 음욕이 일어나는 틈을 주지 말아야 하고, 애욕이 일어나더라도 즉각 알아차려서 멈출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그래서 ‘이뭣고?’ 화두를 챙기는 즉시 화두일념에 든다거나, ‘나무 아미타불’이나 ‘옴마니반메훔’ 진언을 염하는 즉시 음욕이 자취도 없이 사라질 정도로 자신만의 ‘애욕 퇴치법’을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
애욕의 정복은 수행의 시작과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출가 수행자처럼 칼로 무우 자르듯이 성관계를 중단할 수 없는 재가 수행자들은 서서히 애욕을 극복하고 마침내 그로부터 해탈할 때까지, ‘고통도 쾌락도 아닌(非苦非樂)’ 중도행(中道行)으로 수행과 가정생활을 원만하게 조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늙은 여인은 어머니처럼, 나이 많은 여인은 누님처럼, 나이 적은 여인은 누이동생 처럼 생각해서 그들을 제도할 생각을 내면 악한 생각은 쉬어 없어질 것이다.”(42장경)는 가르침을 깊이 믿고 실천한다면, 어느 날 배우자가 불보살님으로 보이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성우 | 불교계 언론에 오래 재직하였고, 현재 인터넷 선방‘구도역정(다음 카페)’운영자로 활동하면서 참선과 저술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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