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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호및지난호

감로의 차(茶)로 승화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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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7-11-21 15:04 조회2,9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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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덕화 (대구광역시)

 

축서사를 찾았다. 마치 봉황이 날개를 활짝 펴서 비상 하듯이 상서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산세의 기품이 예사롭지 않음에도 오히려 포근함이 느껴졌다. 그곳에는 무여큰스님이 계셨다, 나로서는 생전처음 뵌 분이었는데도 어쩐지 낯설지 않았고 알 수 없는 평안함과 행복한 느낌이 들었다. 축서사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어언 16년이란 적지 않은 세월이 흘러갔다.

큰스님께서 나의 수행에 대하여 ‘보이지 않는 내 안에 있는 관세음보살을 바깥으로 끌어내어서 누구라도 나의 모습을 보면 관세음보살을 보는 듯한 마음이 일어날 수 있도록 그렇게 수행하라’는 말씀을 주셨고 이 말씀은 지금까지도 나의생활에 지표가 되고 있다.

한편 나는 차(茶) 생활을 일찍이 시작했는데 차와의 인연은 나의 삶을 크게 변화시켰다.

차라는 것을 매개체로 몸과 마음을 수련하여 덕을 쌓는 행위가 다도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다보니 ‘나를 가꾸고 내 모습을 바꿔 나가는 과정이 수행이다’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고 기도하는 생활보다는 차 생활이 우선이 되었다.

그러나 열심히 다도를 익히며 정진하였음에도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자꾸만 일어나는 것이었다. 나중에야 기도가 빠진 차 생활이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각성이 들었다.

경전을 보고 부처님 말씀에서 마음을 열어야 함에도 차 우려내는 일을 더욱 중시하고 기쁨을 얻으려던 생각은 잘못된 마음가짐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다도나 기도에 대한 근본 문제를 갈등하며 사고 하던차에 뜻밖의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 그 당시 시어머님이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이다.

49재는 어머님과 인연이 있는 포항의 작은 절에서 지냈었다. 그 이후 꿈속에 어머님이 무서운 귀신(영가)의 형상으로 자주 나타나시어 생시처럼 같이 살자하시며 호통을 치시는 것이 아닌가. 꿈이 반복되다보니 무서워서 잠자리에 드는 것이 두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큰스님께 자초지종 말씀을 드렸더니 ‘천도가 안 된것 같다’하시기에 축서사에서 다시 천도재를 지내기로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천도재 날을 잡고내내 꿈이 꾸이지 않고 편안하게 잠을 잘 수가 있었다. 이미 날을 정하는 그 순간부터 기도가 되어 영가가 좋은 데로 간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기도의 힘이 크다는 것을 절실이 느꼈다. 이후로 ‘지극한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를 한다면 부처님의 가피를 받는다.’ 는 큰스님의 법문을 잊지 않고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한 잔의 차를 우려내면서 넓고 깊은 상념에 빠져본다. 한 잔의 차가 기도생활을 더욱 충실하게 인도하는 길잡이 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은은한 차를 마시면서 놓아 버릴 줄도 알고, 한 없이 부끄러운 줄도 알고, 풀 한 포기에도 대자연을 읽을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따스한 차 한 잔을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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