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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일을 내려놓고 길 끊어진 철벽을 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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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8-02-22 16:46 조회2,9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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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일을 내려놓고 길 끊어진 철벽을 대하라

 

해와 달은 마치 번갯불 같으니 참으로 시간을 아껴야 하리라.

살고 죽음이 호흡에 달려 있으니 아침 저녁을 보장하기 어렵도다.

걸을 때나, 머무를 때나, 앉을 때나, 누울 때나 한 치의 세월도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 한다.

용맹에 용맹 더하여 우리의 근본 스승인 석가모니처럼 하라. 정진하고 다시 정진하되 마음은 또랑또랑함과 고요함을 고르게 하라.

 

부처·조사의 뜻을 깊이 믿어서 마땅히 명쾌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마음이 바로 ‘타고난 그대로 부처’인데 어찌하여 고생스럽게 밖으로만 찾는가.

온갖 일을 모두 내려놓고 바라보면 길이 끊어진 철벽을 대하는 것 같으리라.

허망한 생각 몽땅 사라지고 나면 사라진 그 자리마저 지워 버려라.

몸과 마음은 허공에 의탁한 듯 하고 고요한 가운데 광명한 빛은 훤히 뻗치리라.

 

나의 본래 면목은 과연 무엇인가.

화살이 돌 속으로 사라질 정도로 익히면 곧장 의심 덩어리가 온갖 풀 으스러지듯이 할 것이며 ‘한 물건’이 하늘을 온통 덮고서 푸를 것이다.

무지한 사람에게 말하지 말고 또한 기쁜 생각도 내지 말 것이며 마땅히 본색종사를 찾아 뵙고 모든 기밀을 다 드러내고 다시 도움을 청하라.

 

그런 연후에라야 기민한 조사라고 이를 수 있을 것이며 가풍이 편벽되지 않게 될 것이다.

피곤하거든 발 뻗고 자고 배고프거든 입에 맡기고 먹어라.

사람들이 무슨 종파냐고 묻거든 몽둥이와 할을 비 내리듯 적셔주라.

 

우리의 인생은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반짝하고 저 영원의 시간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정말 찰나에 불과한 이 인생을 어떻게 보내야 옳단 말인가. 먼저 ‘나’를 알아야 한다. 우리 인생은 ‘나’라는 것이 존재함으로써 펼쳐졌다. 모든 것은 ‘나’에서 파생된 것이다. 따라서 나를 모르고서는 남도 이해할 수 없으며 삶의 터전인 현상계도 이해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나를 알아야 한다. 그것을 모르고서는 영원히 현상계와 윤회의 수레바퀴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나는 남에게서 구할 것도 아니요, 현상계에서 구할 것도 아니다. 나는 말 그대로 바로 나이니, 나라는 존재 안에서 구해야 한다. 찾아야 할 장소가 이렇게 분명한데 왜 밖에서 찾으려고 하는가. 밖에선 나를 찾을 수 없다. 오직 나에게서만 구할 수 있다. 나는 나에게서 찾아라.

우리는 하루 종일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보는 대상, 듣는 대상, 느끼는 감촉, 감정, 생각하는 내용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보는 주체, 듣는 주체, 느끼는 주체, 생각하는 주체인 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잠깐이나마 관심이 머무는 법이 없다. 그렇게 뭔가에 쫓기듯이 뭔가에 홀린 듯이 살다 간다.

이래서는 다시 윤회해도 진보가 없다. 항상 그 수준밖에 안 된다. 정말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 우리의 영원불변하는 본체를 찾아야 한다. ‘나’를 붙들고 늘어져라. 오직 ‘나’가 답이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밖으로 향하는 우리의 마음을 안으로 되돌려보라. 나라는 존재감에 주목하라. 오감·감정·생각에 전혀 물들지 않은 채로 존재하는 ‘내가 존재한다’는 그 순수한 느낌, 거기에 답이 있다.

그 존재감을 포착했다면, 거기에 몸과 마음을 던져라. 그러면 모든 생각이 끊어지고 나라는 존재감만 있는 은산철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백척간두에 서게 되리라. 이러한 무심의 경계를 통과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깊은 잠에서라도 나라는 것이 밝고 또랑또랑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된다. 본래의 나는 자거나 깨어나거나 간에 상관없이,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의 변화에 상관없이, 태어나고 죽음에 상관없이 항상 텅 비어 있고, 고요하되 밝고 또랑또랑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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