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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옥에 티 있지만…

진옥동·임종룡 연임 유력
올해 금융권 인사에서 최대 관전 포인트는 단연 금융지주 회장 연임 여부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내년 3월,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내년 11월에 각각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들은 모두 그룹의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경영 능 혜택 력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지웠다. 다만 약점도 노출됐는데 이 점이 변수로 작용할지는 관전 포인트다.
진옥동 회장은 KB금융에 내줬던 ‘리딩금융’ 타이틀을 탈환하고 그룹 순이익 4조원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일본 SBJ은행장 시절부터 다져온 글로벌 감각으로 해외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고,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장 엽서카드 악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다만 지난해 터진 신한투자증권의 1300억원대 금융사고가 아쉽다. 이는 단순한 실무자 일탈을 넘어 그룹 전체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금융권에선 약점의 핵심을 잘 파악하고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는 적임자란 점에서 진 회장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는 평 활용 가다.
‘해결사’로 화려하게 복귀한 임종룡 회장 역시 연임 성공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그는 우리금융의 숙원이었던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단숨에 완성하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임기 중 우리투자증권 출범과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속도감 있게 마무리하며 은행에 90% 이상 쏠려 있던 기형적 수익 구조를 개선할 결정적 전환점을 마련했다. 재밌는생활의지혜 금융위원장 출신으로서 정책과 규제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그룹 방향성을 제시하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다.
다만 그의 발목을 잡는 것 역시 ‘내부통제’ 문제다. 손태승 전 회장 시절의 부당대출 문제로 조직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취임했지만 그의 재임 중에도 100억원대 횡령사고 등 금융사고가 반복됐다. ‘윤리경영’과 신규자영업자대출 ‘내부통제 확립’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음에도 조직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수한 증권·보험사의 조직을 화학적으로 결합하고 시너지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 역시 이제 막 첫발을 뗀 상태다.
내년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양종희 회장은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그의 조용한 행보를 두고 미묘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연이은 대통령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그의 이름이 빠진 것을 두고 여러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해 순익 5조원을 넘기며 리딩금융그룹을 유지하고 있어 실적면에서도 여유가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최근 정부와 정치권이 금융권을 향해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은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을 터. 업계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에 더 많은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총평했다.




은행권 CEO 셈법 분주

세대교체냐 연속성이냐
은행권 CEO 인사는 각기 다른 셈법으로 분주하다.
가장 먼저 경영 승계 절차에 돌입한 iM뱅크의 차기 행장 인선은 이번 은행권 인사의 풍향계가 될 전망이다. 황병우 iM금융 회장이 연말을 끝으로 은행장직에서 물러나 회장직에만 전념하기로 하며 새 행장을 뽑는 중이다. 후임 인선을 두고 금융지주 출신인 성태문 iM그룹가치경영총괄 부사장, 천병규 iM그룹경영전략총괄 부사장이 언급된다. 현장 실행력을 갖춘 은행 부행장 라인 중에서는 강정훈 iM뱅크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김기만 iM뱅크 수도권그룹 부행장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연속성’에 무게가 실린다.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과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는 각각 올해 12월과 내년 3월 첫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재임 기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명확하다. 케이뱅크는 세 번째 도전하는 기업공개(IPO) 성공이 절실하다. 내년 7월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재무적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어 압박이 크다. 토스뱅크는 주택담보대출 출시를 통해 여신 포트폴리오를 완성해야 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대출 연체율 관리도 시급하다. 이처럼 중대한 과제를 앞둔 만큼, CEO 교체라는 모험보다는 연임을 통해 경영의 연속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모피아 약해진 금융 공공기관
이 대통령의 ‘중앙대’ 부상하나
금융 공공기관 인사의 오랜 공식이었던 ‘모피아(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출신 관료) 독식’ 체제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산업은행 수장에 사상 첫 내부 출신 인사가 내정된 것을 신호탄으로, 정권의 핵심 인맥이 새로운 권력 지형도를 형성할지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인사 지각변동 진원지는 산업은행이었다. 신임 회장으로 내정된 박상진 전 준법감시인은 71년 산은 역사상 최초의 내부 출신 수장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과 중앙대 법대 동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눈길을 끌었다.
산업은행 인사는 임기 만료를 앞둔 다른 국책은행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내부에서는 ‘우리도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은근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내년 1월 임기가 만료되는 기업은행장 자리를 두고는 벌써부터 내부 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현재 행장 공석 상태인 수출입은행 역시 내부 승진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인사에서 이번 정부의 금융 분야 시각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수장들의 교체가 확실시되는 신용보증기금과 예금보험공사도 눈길 끈다. 이들 기관은 모피아의 대표적인 ‘재취업 코스’로 꼽혀왔다. 만약 이 두 기관의 수장 자리마저 내부 출신이나 혹은 중앙대와 연결고리가 있는 비관료 출신 전문가에게 돌아간다면, 이는 금융 공공기관 인사 시스템의 구조적 재편을 의미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물론 내부 출신 발탁은 조직 사기 진작과 업무 전문성 강화라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기존 관행 답습이나 개혁 동력 약화라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인사 핵심은 출신이 아니라 능력”이라며 “금융 공공기관 인사가 ‘모피아’라는 낡은 간판을 떼는 데 그친다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성과 개혁 의지를 갖춘 인사를 통해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새 정부 인사가 증명해야 할 진짜 과제라는 의미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9호·추석합본호 (2025.10.01~10.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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