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달 초 일본 집권 자민당이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재를 선출한 뒤 일본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26년간 이어 온 연정이 붕괴하고, 집권당 총재가 일본 총리에 올랐던 관행마저 흔들리고 있는데요.
월드이슈에서 박원기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연립 정권이 왜 무너지게 된 건가요?
[기자]
네, 집권 자민당은 지난 1999년부터 공명당과 손잡고 연립 정권을 유지해 왔는데요.
공명당은 자민당 신임 총재인 다카이치와 회담한 뒤, 정치자금 투명화 해결 등에 이견이 있다면서 지난 10일 연정 이탈을 선언했습니다.
[사이토 데쓰오/공명당 대표/10일 : "자민-공명 학자금 전환대출 이자 연립 정권은 일단 백지화하고 지금까지의 관계를 매듭짓고자 합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선 집권당의 대표가 바뀌면 총리를 새로 뽑습니다.
그래서 최근 새로 선출된 다카이치 총재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 뒤를 이어 새 총리 자리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명당이 전격 연정 이탈 선언을 하면서 다 푸른소금 카이치 총재의 일본 차기 총리 선출엔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앵커]
공명당은 왜 26년 동안이나 잡고 있던 자민당의 손을 놓게 된 거죠?
[기자]
네, 공명당은 연립 여당이라고는 하지만 자민당과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여왔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 헌법 9조는 '무력은 오 패턴수학 로지 방어를 위해서만 쓴다'는 전수방위 원칙을 담고 있는데요.
자민당은 평화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공명당은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야마구치 나쓰오/당시 공명당 대표/2022년 4월 : "전수방위는 헌법 9조 하에서 전후 일관되게 지켜온 기본적이며 중요한 원칙입니다."]
아파트소유 공명당은 '창가학회'라는 종교단체가 모태인데요.
창가학회는 과거 태평양전쟁 때 군국주의에 저항했고, 공명당은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반대해 왔습니다.
자민당이 극우로 치닫지 않도록 공명당이 '브레이크' 역할을 해 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최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도 공명당은 주택담보대출비율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가 총리가 되면 곤란하다는 입장이었고요.
다카이치 총재가 당선되고 나서도 정치권의 비자금 문제,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과도한 외국인 배척 문제를 해결해야 연정에 계속 참여하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견해차를 끝내 좁히지 못했고, 결국 26년간의 연정에서 이탈하게 된 거로 분석됩니다.
[앵커]
다카이치 총리 선출이 불투명해졌다고 했는데, 그러면 자민당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도 있는 건가요?
[기자]
현재로선 '설마 그렇게까지 될까' 싶기도 한데,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13년 만에 정권 교체할 절호의 기회다', 의석수가 자민당 다음으로 많은 입헌민주당은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아즈미 준/입헌민주당 간사장/14일 : "일본 정치를 바꾸는 것은 정권 교체라고 생각합니다. 원칙, 깨끗함만으로는 정권을 가져올 수 없습니다. 어떤 비판이 있더라도."]
총리 지명선거는 중의원 의석수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자민당은 196석이어서 과반에 못 미치는데, 공명당까지 이탈하면서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만약 입헌민주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의 야 3당 연대가 성사되고 공명당마저 가세한다면 자민당은 정권을 뺏길 수도 있는 겁니다.
입헌민주당은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면 의석이 5분의 1도 안 되는 국민민주당에 총리도 양보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상황이 묘한 건,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와 제3야당인 국민민주당에 자민당도 손을 내밀고 있다는 겁니다.
공명당 빠진 자리에 새 연정 파트너로 들어오라, 이런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양쪽에서 동시에 러브콜을 받는 국민민주당 대표는 어제는 다카이치 총재도 만나고, 야 3당 대표회담에도 참석하면서 어느 쪽이 유리한지 저울질하는 모습입니다.
[다마키 유이치로/국민민주당 대표 : "(야3당 대표 회담 결과) 거리는 가까워졌습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견해차는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그 차이를 어디까지 좁힐 수 있을지…."]
[앵커]
그렇다면 차기 총리는 언제쯤 결정될까요?
[기자]
일단 차기 총리를 지명하는 임시국회는 다음 주 화요일쯤 열릴 듯합니다.
다만 각 당이 합종연횡 교섭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선출을 더 늦출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제는 신임 총리 선출이 늦어질수록 불확실성이 커져서 경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정상 외교에도 차질이 생긴다는 겁니다.
연정이 무너지고 다카이치 총리 선출이 불투명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월요일 일본 증시는 2% 넘게 하락했습니다.
이달만 해도 아세안 정상회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 경주 APEC 정상회의가 줄줄이 예정돼 있는데요.
누가 일본 총리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상대국과 의제나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 외무성으로선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또 새 총리 취임이 늦어질 경우엔 이미 퇴임을 확정한 이시바 총리가 외교 일정을 소화하는, 민망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영상편집:김주은 이은빈/자료조사:권애림/그래픽: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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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기 기자 (remember@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