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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 국회에 매년 국정감사를 실시할 권한을 부여한 것은 국정운영 전반을 감시·비판해 국민 기본권을 수호하고 국익을 증진하라는 취지다. 13일 시작한 국정감사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로, 윤석열 정부 실정을 되짚어 보고 이재명 정부 국정비전을 점검하는 자리가 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첫날부터 조희대 대법원장 증언 여부를 놓고 난장판이 벌어지면서 국회가 본분을 다할 것이라는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다.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은 법제사법위 국정감사 첫날 출석해 인사말을 하고 자리를 떴다가 국감 종료 때 마무리 발언만 하는 sk식대 것이 오랜 관례였다. 삼권분립 원칙과 사법부 독립을 존중하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한 시간 넘게 자리에 앉혀 둔 채 질의에 답하라고 추궁하며 정치적 압박 발언을 쏟아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조 대법원장 이석을 막았고, “1987년 헌법 성립 이후 대법원장이 국회에서 일문일답을 한 적이 없다”(천대엽 법원행정처장)는 호소도 무시했다. 여당 산업은행 인재상 의원들이 대법원장을 공개적으로 윽박지르는 것이 민주적 법치 국가의 모습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의원들은 침묵을 지키는 조 대법원장에게 돌아가며 고성을 질렀고, 민주당에서 제명당한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조 대법원장과 도요토미 히데요시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들고 나와 사법부가 친일이라고 주장하는 막장 공세를 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100만원당일대출 항의로 아수라장이 되자 추 위원장은 국회 경위까지 불렀다.
대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비롯해 사법부가 국민에게 전폭적으로 신뢰받지 못하는 것은 사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이런 식의 '대법원장 망신주기'로는 아무것도 규명하거나 개선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등을 반드시 국정감사에 세우겠다"(장동혁 변액보험원금 대표)며 맞불을 놓을 태세다. 국정감사가 본질과 무관한 정쟁의 장으로 전락한다면 국회 권위만 떨어질 따름이다. 여야 모두 이성을 찾고 누가 더 유능한 수권 세력인지를 입증하는 경쟁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