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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 윤호에게 말도 않아. 직접 들어서 마.(시사저널=강윤서 기자)
10월말, 경주에 모인 세 남자가 웃었다. 먼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29일 취임 후 두 번째로 마주 앉았다. 그 자리에서 지난 7월부터 풀리지 않던 관세 협상의 매듭이 극적으로 풀렸다.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약 500조원) 중 2000억 달러를 현금 지급하고,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제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구체적인 숫자가 두 사람이 마주 앉기 직전에야 결정될 만큼 긴장감이 높았던 순간이었다.
다음 날인 10월30일에는 전 세계가 주목하던 '세기의 담판'이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한의 초점'이라고 강조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김해공항에서릴게임 사이트 도메인
만났다. 두 정상이 손을 맞잡은 건 2019년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약 6년 만이다. 기존의 국제 질서를 유지하던 많은 개념과 가치들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현시점, '경주 APEC' 무대는 그렇게 세기의 회담장으로 장식됐다.
세 남자의 미소 뒤에 숨겨진 '다음 수'는 무엇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을 계기로한농화성 주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만남을 노골적으로 구애하면서 북핵 협상의 신호탄을 다시 쏘아올리며 노벨 평화상 이미지를 꾀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시 주석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희토류 수출 통제를 푸는 대신 미국의 대중 관세율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 시 주석과의 회담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희토류 협상이 사실상 정리됐다"며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이랜텍 주식
부과한 관세를 기존 57%에서 47%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내년 4월에는 직접 중국을 찾는다고도 발표했다.
전 세계를 양분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입지와 선택지는 더 복잡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의 대중 견제·압박 전선에 합류하는 외교·안보 노선을 사실상 고착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 잠수함 연무료주식강좌
료 공급을 허용해 달라"며 은연중 북한과 중국의 잠수함을 모두 견제한 것은 '실언'이 아닌 '전략'이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곧바로 시 주석을 향해 "핵 문제 해결에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 "중국은 최대 교역국" 등 직접적으로 호의를 표시하기도 했다. 대중 리스크를 줄여가며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증권왕상한가연구소
' 노선을 탈피하려는 수로 읽히는 대목이다. 트럼프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국제정치의 고차방정식에서, 관세 협상을 끝내고 '핵' 카드를 꺼내든 한국이 새판을 만들지 주목된다.



(위 왼쪽부터)이재명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아래 사진). ⓒ연합뉴스·AP 연합·Xinhua 연합


정상회담 '시작 직전'에야 관세 협상 극적 합의
외교가에선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피해 최소화(Damage Limitation) 차원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라는 한국에 과도한 협상으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전제하에, 미국이 요구한 '전액 선불 투자'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잘 피했다는 분석이다. 단, 3개월 넘게 끌어온 한미 협상이 87분간 진행된 2차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격 타결되면서 경영계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고 파란불이 켜졌다는 데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양국 회담 직전까지 이 대통령이 "투자 방식, 투자 금액, 일정, 손실 부담 등 모든 것이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있다"며 기대치를 낮췄던 점을 감안하면 급진전인 셈이다.
한국은 이번 회담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미국은 통상과 안보를 묶자는 한국의 패키지 딜을 따라가며 동맹국의 경제 상황을 일부 고려해 주는 한편,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과 방위비분담금, 한미 동맹의 현대화 등 안보 분야를 먼저 내밀면서 관세 분야에서 타협점을 찾은 분위기다. 당초 우리 정부는 대미 투자 현금 연납액을 150억 달러를 최대치로 두고 미국을 설득했고, 미국은 전액, 적어도 연간 250억 달러의 현금 지급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양측 모두 쉽지 않은 협상 끝에 나름의 '윈-윈(win-win)' 모습을 연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관세 협상은 막판까지 팽팽한 줄다기리를 이어가다 정상회담 직전 '극적 합의'를 이뤘다. 초미의 관심사는 한국 외환시장 상황을 고려한 대미 투자의 현금 지급 방식과 투자 한도 설정이었다. 이에 따라 협상 초반에는 통화스와프 체결 문제가 논의됐고, 막판에는 연간 투자 한도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다가 교착상태에 빠졌다. 매듭이 풀린 것은 한미 정상회담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다.
양국이 안보 분야에서 먼저 협상의 물꼬를 텄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이 대통령이 회담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 허용을 요구한 것 역시 그간 논의가 꾸준히 진행된 가운데 APEC을 계기로 결정적 합의 장면을 이끌었다는 관측이다. 그렇게 회담 당일 이 대통령은 "우리가 핵무기를 적재한 잠수함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고, 디젤 잠수함이 잠항 능력이 떨어져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며 "우리 한반도 해역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상당히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설득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안보 협상을 이끈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브리핑에서 "탈냉전 시대에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역내 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비 증대와 함께 핵추진 재래식 잠수함 도입 문제를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도 10월30일 자신의 SNS에 "한미 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며 "그것에 기반해 나는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韓美 동맹 새 이정표 '핵잠 승인'…中 견제는 '숙제'
이번 회담은 이재명 정부가 외교안보 노선을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구체화했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 추진에는 미국의 대중 전선에 전격 합류한다는 메시지가 또렷이 함축돼 있다. 안보 분야에서 한국의 전략적 능력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여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변국의 반응에도 촉각을 세우게 된다.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에 반발하는 중국의 반발 수위에도 역시 관심이 쏠린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한미 동맹은 이제 '국제치안'이라는 공공재를 제공하는 '국제기구' 역할로 봐야 한다"며 "한반도를 넘어 지역 안정을 이루고,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흔드는 세력에 공동 대응한다는 흐름에서 관세와 안보 협상 모두 대중 견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관세 협상은 각종 미래 산업들에 대해 한국이 미국과 함께하면서 양국의 대중 경쟁력을 서로 강화시켜주는 것"이라며 "안보 패키지도 마찬가지로 핵추진 잠수함 등을 거론하면서 북한에 대한 우리의 억지력을 높이는 동시에 대중 억지력를 키우겠다는 의도가 담겼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다만 대북 억지 차원에선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국이 이번에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논의했다고 해서 우리가 관세 협상에서 잃은 것을 안보 분야에서 일부 만회했다고 볼 순 없다는 비판도 있다. '노딜'은 아니었지만 결코 '빅딜'이 성사된 것도 아니라는 평가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핵추진 잠수함은 우리의 대북 억지 안보전략상 아무 실속도 없을 뿐더러 건조까지 10여 년이 걸린다"며 "핵추진 잠수함 하나 만드는 데 드는 수 조원으로 재래식 잠수함 대여섯 척 만드는 게 우리 안보에 훨씬 더 도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가 단순히 승인해 준다고 해서 우리가 핵추진 잠수함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미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도 "우리의 안보전략 우선 순위에서 핵추진 잠수함이 높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신 전 대사는 "문서 작업도 없이 미국한테 약속을 받아냈다고 판단하는 것도 위험하다"며 "남아 있는 원자력협정 개정 과정 역시 매우 복잡하고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관세 협상으로 국내 산업이 공동화될 수 있는 우려점이 분명히 존재하며, 해외 투자에 비해 외국의 국내 투자는 위축되고 있는 기업 환경을 고려했을 때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라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협상이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0월29일 경북 경주 APEC 미디어센터에서 한미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반도체 합의 안 돼" 문서 없는 협상에 한미 또 엇박
한미 관세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아직 크다. 지난 7월 관세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양국이 공동합의문 작성이나 브리핑을 추진하지 않았기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긴장감이 여전히 감돌고 있다. 이미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며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을 반박했다. 그 만큼 문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프레임워크 수준에 불과하다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실제 합의문안과 팩트시트에 담길 내용에 대해선 사실상 확정된 내용이 없는 상태다.
관세 협상을 주도한 김용범 실장은 지난 29일 관세 협상을 마친 후 현금 투자 2000억 달러,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투자 외 보증 포함)로 대미 투자가 구성됐다고 밝혔다. 매년 상한은 통화스와프 없이 200억 달러로, 투자 기간은 명시하지 않았다. 이는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밝힌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조달할 수 있는 최대 규모(연간 150억~200억 달러)'의 최상단에 해당한다고도 강조했다. 자금 조달 방식은 외화 자산의 운용 수익을 활용하고, 그중 일부를 채권 발행하는 정부 보증채 형식으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투자 이익의 배분 구조는 한미 5대5다. 한국 정부가 요구했던 수익 배분 비율(한국 9, 미국 1)에서 한참 물러선 비율이다. 만약 20년 내 원리금을 상환받지 못한다면 수익 배분 비율은 조정이 가능하다. 미국이 일본과 맺은 협상 기준(원금 회수 전 5대5)을 고수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상호관세는 15%를 유지하면서도 자동차 관세는 기존 25%에서 일본과 동일한 15%로 내려 미국 설득에 성공했다. 반도체는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는 수준으로 관세를 적용하도록 합의하고, 농업계 우려가 컸던 쌀과 소고기를 포함한 농업 분야의 추가 개방은 막아냈다. 의약품과 목재 등 품목관세에 대해서도 최혜국 대우를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