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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한국프로야구(KBO) 구단들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맺은 '일회용품 없는 야구장' 협약이 2년을 맞았지만, 성적표는 반쪽에 그쳤다. 응원문화 개선과 일부 다회용기 도입은 진전이 있었지만, 컵과 페트병 등 핵심 쓰레기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고 구단별 이행 격차도 컸다.
1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박홍배 원내부대표실이 대출상환방법 확보한 점검 자료에 따르면, 기후부와 KBO의 경기장 내 야구장 일회용 컵 사용량은 협약 체결 이후 줄었다가 다시 반등했다.
2022년 추산 400만 개였던 컵 사용량은 협약 첫해인 2023년 262만 개로 줄었으나, 지난해 관중 수가 1089만 명까지 늘면서 다시 335만 개를 기록했다. 일회용기는 2023년 195만 9775개이던 게, 코르테즈 2024년 350만 5534개로 79% 늘었다. 올해 1200만 관중을 기록하면서 쓰레기 규모가 더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응원용 일회용 비닐봉이나 플라스틱 막대풍선은 자취를 감췄지만, 관람객이 늘자 쓰레기 산이 더 높아진 셈이다.
구장별 차이가 뚜렷하다. 잠실야구장(두산·LG), 인천 SSG랜더스필드, 수원 케이티위즈 교통비 지급 (kt wiz)파크,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서울 고척스카이돔 등 5개 구장이 다회용기를 도입했다
롯데와 KIA(기아)는 지역 내 세척 인프라 부족과 회수 공간 한계를 이유로 도입을 미뤘다. 이미 도입한 구장도 맥주컵이나 일부 용기에 국한돼 있어 전면 전환에는 한참 못 미쳤다.
분리배출은 더 큰 문제였다. 키움히어로즈는 삼신저축은행 지난해까지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하지 않았지만 올해부터는 제도를 이행했다. 반면 롯데자이언츠는 여전히 안전사고 우려를 이유로 관중석 내 분리배출을 하지 않고, 모든 쓰레기를 한꺼번에 수거해 외부에서 분리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수만 명이 동시에 퇴장하는 현장의 혼잡을 고려한 조치라고 하지만, 협약 취지와는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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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전국 야구관람객 인식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야구장 쓰레기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News1 DB


지난해 부산에서 유엔 플라스틱오염 국제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를 이끌었던 기후부(당시 환경부) 태도는 원론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부 자원순환국 관계자는 "구장마다 여건이 달라 일률적 규제를 하기 어렵다"며 예산 지원과 '독려' 수준 대응을 내세웠다. 강제 규정이나 지도 조항은 없는 상태다. 이행 평가표 항목 역시 '컵·용기 감량'으로 모호해 최소 기준만 충족하면 이행으로 인정하는 평가 방식 탓에, 총량이 오히려 증가한 현실이다. 컵·용기 감량은 전 구단 '이행'(O)으로 표기됐다.
결국 분리배출 체계는 구단 자율에 맡겨져 구단별 격차가 컸고, 윤석열 정부 시절의 자율 협약에만 기댄 채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 셈이다. 선의에 기대는 캠페인을 넘어, 법과 제도에 기반한 정책과 사회적 인프라 투자가 뒷받침돼야 '쓰레기 없는 야구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기후부는 내년 서울·인천·수원·대전 등에 국비 3억여 원을 배정해 다회용기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구장별 회수·세척 인프라 부재 탓에 법령 개정을 통한 일률적 추진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가이드라인 제시와 예산 확대를 통해 구장별 상황에 맞는 다회용기 도입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등 해외 주요 경기장이 회수·세척 시스템으로 일회용품을 줄이고 있는 점과 대비된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응원문화 개선은 성공했지만, 정작 쓰레기의 핵심인 플라스틱 컵과 용기 감축은 구단 자율에만 맡겨둔 한계가 드러났다"며 "기후부·지자체·구단이 함께 다회용기 회수·세척 인프라 및 분리배출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후부가 실적 점검과 지원기준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