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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월화 작성일07-02-01 22:58 조회1,471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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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식들에게



김광규


위험한 곳에는 아예 가지 말고
의심받을 짓은 안하는 것이 좋다고
돌아가신 아버지는 늘 말씀하셨다.
그분의 말씀대로 집에만 있으면
양지바른 툇마루의 고양이처럼
나는 언제나 귀여운 자식이었다.
평온하게 살아가는 사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 사람
그분의 말씀대로 살아간다면
인생이 힘들 것 무엇이랴 싶었지만
그렇게 살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수양이 부족한 탓일까
태풍이 부는 날은
집안에 들어앉아
때묻은 책을 골라내고
옛날 일기장을 불태우고
아무 것도 남기지 않기 위해
자꾸 찢어 버린다.
이래도 무엇인가 남을까
어느날 갑자기 이 짓을 못하게 되어도
누군가 나를 기억할까
어쩌면 그러기 전에 낯선 전화가
울려 올지도 모른다.
지진이 일어나는 날은
집에만 있는 것도 위험하고
아무 짓을 안해도 의심받는다.
조용히 사는 죄악을 피해
나는 자식들에게 이렇게 말하겠다.
평온하게 살지 마라
무슨 짓인가 해라.
아무리 부끄러운 흔적이라도
무엇인가 남겨라.

댓글목록

혜안등님의 댓글

혜안등 작성일

해월화님!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