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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스님 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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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월화 작성일07-02-22 20:42 조회1,3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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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虛空)스님 이야기/ 술 마시는 자는 누구?




심안군(心眼郡) 정견리(正見里) 혜인사(慧仁寺)에도 가을의 정취가 흠뻑 묻혀져서 경치가 일품이었다.


허공스님께서 붉은 단풍들과 담소를 나누는데 스님의 상좌스님인 엄따스님이 스님을 친견하기를 원하는 신도가 있음을 알린다.


엄따스님은 허공스님께 신도의 정보를 전한다.


"큰스님 지난 번에 별을 보라하신 보살을 기억하시는지요?"


큰 스님은 기억이 나시는지 웃으시며 말하신다.


"아...그 보살님이요? 그래... 그 보살님 얼굴이 밝아 졌습디까? 허허허.." 라고 말씀하신다.


엄따스님은 그 보살과 같이 온 처사님이 보살의 남편이라고 말하곤 아마 보살님 손에 이끌려 온 것 같다고 덧붙여 말한다.


스님의 처소에 들어서자 보살과 남편은 일어나서 삼배를 드린다.


큰 스님은 보살의 얼굴을 보시더니 이내 맑게 웃으시며 농을 던지신다.


"아니 보살님. 지난 번에 얼굴은 영 울상이시더니 오늘 얼굴은 꼭 방금 제가 보고 온 코스모스처럼 피었습니다. 허허허"


스님께서 이렇게 농을 던지시자 보살은 얼굴을 붉히며 말하기 시작했다.


"예. 큰 스님 지난 번에 큰 스님께서 별을 바라보라고 하고선 이내 들어가셨더랬지요.


첨에 스님께서 왜 별을 바라보라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키시니까 그냥 별들만 바라보고 있는데 제 입에서 '아..! 별들이 참 곱다.'라는 탄성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내 저를 바라보게 되었지요.


현실에 찌들어서 남편을 증오하고 미워하고 남편이 술이 취해서 들어오면 피할려고만 했고 소란을 피우면 악으로 대하기만 하고...


그러다 보니 제 자신을 잃어 버리고 남편에게 불평 불만만 늘어놓는 사람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보살은 스님을 쳐다보며 다시 말을 잇는다.


"그래서 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저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별이 이뻐서 감탄


하는 제 모습을 보고 비로소 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후로 남편에게 더욱 잘하기로 마음 먹었고 남편도 차츰 제 모습에 변화를 발견하곤 이렇게 스님께 같이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그 후로 술을 먹어도 집에서 소란 피우는 일은 전혀 없고 오히려 저에게 미안함을 말하곤 합니다.


오늘 남편과 같이 와서 스님께 가르침을 받으려는 건 남편이 직업상 술을 먹지 않고는 안되는 직업인지라 어쩔 수 없는 사업관계에서 술을 먹지 않고는 안됩니다.


남편역시 술을 먹지 않으려고 하나 번번히 실패를 하고 맙니다. 이를 어쩌면 좋겠습니까?


스님께서 가르침을 주십시요."


보살의 말을 듣는 내 스님께서는 눈을 지긋이 감고 보살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윽고,큰 스님은 보살의 남편을 쳐다보며 말씀하신다.


"그래...이제라도 보살님의 마음을 헤아려 주어서 감사하고 술을 드셔도 실수를 하지 않으신다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라고 남편에게 말하자 남편은 쑥스러운 듯 큰스님께 지난 날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아내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다고 다짐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체질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한다.


"큰스님..저는 술을 좋아하지만 술이 세지 못합니다. 많이 마시지 않아도 체질 때문인가 금방 취하고 맙니다." 라고 스님께 말했다.


큰 스님은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는 상좌인 엄따스님께 술을 가져오라고 했다.


엄따스님이 몇 병의 술을 들고오자 스님은 남편의 잔에 술을 따르고 스님 자신의 잔에도 술을 따르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처사님! 그 술은 누가 먹습니까? 몸이 먹습니까? 정신이 먹습니까?"


라고 묻자 보살의 남편은 당연하다는 듯이 큰 스님께 말한다.


"그거야 당연히 몸이 술을 먹습니다."


큰스님은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그래요? 그렇습니다. 술은 몸이 마십니다. 그런데 분명 정신이 마시지는 않지요?"


라고 말씀 하신 후,


"그런데 왜 몸이 술을 마시는데 정신이 술에 취합니까? 분명 술은 몸이 마시는데...그렇지 않습니까? 자...마셔 보세요..같이 마셔봅시다."


하시며 잔이 비어지자 이내 다시 따르시며 말씀하신다.


"처사님 분명 몸만 술을 마십니다. 이 점을 잊지 마세요..


몸과 정신은 분명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이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기도 하고요..그렇지요? 자, 한 잔 더 받으세요."


하시며 계속 잔을 권하신다.


남편은 큰 스님 앞에서 술을 마신 탓인지 자꾸만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 정신은, 스님 말


씀대로 멀쩡했다. 남편은 스님 앞이라 취한 행동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정신을 차려서 마셔서 취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약간 비틀 거린채 스님께 삼배를 드리고 돌아갔다.


며칠이 지나고 보살의 남편은 다시 큰 스님을 뵙고 이렇게 말했다.


"큰스님, 그러했습니다. 분명 몸이 술을 마시지 정신이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스님의 가르침을 항상 술을 마실 때 기억하니 허..신기하게도 정신은 말짱했습니다.


몸이 술이 취해 약간의 비틀거림은 있었으나 그 비틀 거림을 바라보는 정신은 맑았고 분명 취하지 않았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스님의 큰 가르침 감사합니다." 하며 삼배를 올렸다.


큰 스님은 이내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바로 그겁니다....암 그것이고 말고요..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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