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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지대방

치우지 못하는 낡은 내 옷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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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월화 작성일08-03-06 22:33 조회1,713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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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다 가지 않았음에도

즐겨입지 않는 겨울옷들 대강 정리하기 위해 옷장을 열다가

옷장 한켠에 숨은듯 걸려있는 오래된 낡은 옷 한벌을 보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립니다.

이거 아직도 치우지 않았네............

옷걸이에서 빼내어 바닥에 내려놓고는

정리 들어간 손길이 작은 옷장안을 분주히 헤메입니다.

방안가득 널려진 옷가지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이건 버릴것, 저건 재활용품.

아 ! 이건 올여름 딸아이 학교 알뜰매장에 기증해야겠구나.

차레대로 챙겨 방한켠에 쌓아놓습니다.

그러다

뒤숭숭하게 어지럽혀진 옷가지들 사이에

색바랜 사진 한장처럼 놓여진 낡은 옷한벌.

아들 초등학교 입학식때 입었던 옷입니다.

친정엄마, 딸아이 학부형되는 기념으로 주머니 털어서 사주셨던 그옷을 입고

아들에 손을 잡고 설레는 맘으로 입학식에 참석했던 생각이 납니다.

감각이 남못지 않게 뛰어나신 친정엄마가 골라주신 그옷을

여러해동안 외출할때마다 챙겨입었었는데

이제는 아들이 큰 만큼  지나온 세월속에 낡고 낡아

몇번을 치우려고 하다가 다시 옷장에 걸어두곤 하였습니다

아마도 많은 추억이 담겨진 것이라 쉽사리 치우지를 못하는 것만 같습니다.

한참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 잠시 띄우고

다시금 옷걸이에 걸어 옷장안 한켠으로 밀어 놓습니다.

지난날 많은 추억으로 물들여졌던 그 낡은 옷은

옷장안을 정리할때마다 작은 추억으로에 시간을 내게 안겨줄것이며

아마도 몇해동안은 옷장속 한켠에 조용히 숨쉬고 자리할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내 옆에앉아 컴퓨터를 하고있는 아들에 얼굴을 잠시 바라봅니다.

"엄마 왜?

"아니 그냥 우리아들 많이 사랑한다구.!

아들에 다큰 얼굴에서 지난날 어린 아들에 모습이 겹쳐져 보입니다.

댓글목록

혜안등님의 댓글

혜안등 작성일

친정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이 가득 담긴 글이네요.
추억으로 물들여진 옷을 차마 버릴 순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