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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일째 "여주팔경은 사라지고 있지만 지금도 여강은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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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외유내강 작성일08-05-19 00:21 조회2,2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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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일째

<여주팔경은 사라지고 있지만 지금도 여강은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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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성큼 성큼 가고 있습니다.
운하의 위협에 맞서는
생명의 강을 지키기 위한 순례단의 순례가 성큼 성큼 서울을 향해 흘러가고 있습니다.
순례단의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길에 운하는 한자 한자 지워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강을 따라 여강의 아름다움과 아픔을 함께 보았던 날이었습니다.




<여주대교에서 하루를 시작하며>


오늘 순례단은 여주대교에서 순례를 시작하여 이호대교 초입까지 일정을 진행하였습니다.
이곳 여주대교는 낮은 수심과 높이로 인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지역입니다.
오늘 아침에 수례단이 하루를 시작하기에 여주대교에 도착해보니,
강변은 운하가 아니라 오늘 오후부터 시작되는 ‘조자기 풍물장터’로 인해 어수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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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역시 출발장소와 지점이 변동되었기에,
공지되어 있는 지점에서 차량으로 하루 순례 참가자들을 이동시킨 이후,
“2일동안 집에 다녀왔습니다. 그동아 날이 많이 가물었습니다.
꽃이 말라 몸살을 앓고,모종을 했던 고추도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빨리 운하 문제 매듭짓고 잘 돌봐주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은 잘 자라더군요.
강은 원래 그러할 것입니다.
돌보지 않아도 잘 흐를텐데. 거기에 뭐를 만든다고 해서 몸살을 앓게 합니다.
그동안 맑은 강물을 따라 걸으면서 몸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라는 박남준 시인의 기도로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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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순례단은 여주대교에서 발걸음을 시작하여,
현암리 - 한강전원빌라 - 천남리를 지나 당산1리 마을회관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당산리 제방길을 따라 이포대교가 보이는 양촌리 제방길에서 일정을 종료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강(남한강은) 여주대교를 기점으로 하리에서
소양천, 현암리에서 오금천, 가산리에서 한천과 후포천,
당산리에서 천풍천과 곡수천, 계림천, 천사리에서 신내천, 계신리에서 계장천,
상백리에서 복하천, 귀백리에서 양화천이 합류됩니다.

또한 이 구간에는 청심루(여주나루)와 팔대장림, 대로사, 양섬, 천남나루, 세종대왕릉과 효종대왕릉,
양화나루, 부처울습지와 마애여래입상, 이포나루 등이 좌우에 위치하며 여강에 역사와 문화를 더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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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여정은 이포대교가 바라보이는 양촌리 제방길에서
“다시 아름다운 여주 남한강을 걸어서 행복했습니다.
강을 소중히 생각하면 아름다움이 생기고, 학대하면 더러워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강과 나는 둘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하루 되었습니다”
라는 지관스님의 기도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여주팔경과 사라진 팔대장림>

여강이 돌아나가는 여주를 대표하는 팔경이 있습니다.
여주팔경(驪州八景)이라 하여,


神勒暮鍾(신륵모종) 신륵사에 울려 퍼지는 저녁 종소리,
馬巖漁燈(마암어등) 마암앞 강가에 고기잡이배의 등불 밝히는 풍경,
鶴洞暮煙(학동모연) 강건너 학동에 저녁밥 짓는 연기,
燕灘歸帆(연탄귀범) 강 여울에 돛단배 귀가하는 모습,
洋島落雁 (양도낙안) 양섬에 기러기떼 내리는 모습,
八藪長林(팔수장림) 오학리 강변의 무성한 숲이 강에 비치는 전경,
二陵杜鵑(이릉두견) 영릉과 녕릉에서 두견새 우는 소리,
婆娑過雨 (파사과우) 파사성에 여름철 소나기 스치는 광경


이라 합니다.

종소리와 등불 밝히는 풍경,
밥 짓는 연기,
돛단배 귀가 모습,
기러기떼 내려앉는 모습,
강변 숲의 전경,
두견새 소리,
소나기 스치는 풍경.

다른 지역에서 비경이라 이야기하는 것처럼 특정한 건물이나 풍광이 아니라
일상의 아름다운 경관을 지역을 대표하는 경관으로 제시한 것도 놀랍습니다.
눈을 감고 생각해 봅니다. 이러한 모습을 지금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중 오늘 순례단이 지난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이
八藪長林(팔수장림) 혹은 팔대장림(八大長林)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여주군청 건너편에 위치하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팔대장림은 청심루와 더불어 여강의 백미였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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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여지도 중 여주목(현재의 여주군) 지도. 세종대왕릉 등 건너편이 팔대장림)

팔대장림은 길이 4km 폭 400m에 달하였던 강변숲으로
여강에 그대로 비친 모습이 팔경 중 하나였다 합니다.
팔대장림은 팔대수라는 이름으로 고지도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독특한 기능을 하는 숲의 한 형태로는 임수(林藪)로 기록하고 있는 하천변 숲이 있다 합니다.
‘삼국유사’에 기록된‘천경림’, 신라 하대에 조성한 함양의‘대관림(함양 상림)’,
조선시대에 조성한 담양의 ‘관방제림’ 등과 더불어
여주의‘팔대수’가 하천변에 조성된 대표적인 숲이라 합니다.
(박봉우. 강원대 조경학교 교수. 지도에 그려진 숲과 나무)
고지도에 특정한 숲을 표기하였다는 사실도 놀랍고, 그 중에 팔대장림이 포함되어 있으니
그 당시에도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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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지금은 팔대장림의 모습은 사라지고,
위치마저도 여강의 둔치가 발달한 지역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비록 천년의 숲은 사라졌지만,
지금의 여강 둔치 역시 버드나무 군락지와 황금빛 갈대가 어우러진 모습으로 아름답기만 합니다.

여강을 따라 바람이 지나는 길에 갈대가 움직이고,
갈대사이 사이로 수많은 새들이 오가며 노래를 합니다.
너무나 많은 개발이 이루어지고, 강의 모습이 우리에게서 사라진지 오래이지만,
우리 산하의 곳곳을 동맥처럼 흐르던 강은 원래 이러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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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있어서 강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강이 있어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곳 여주대교에서 이포대교까지 여강은 여러 가지 아름다운 모습의 여울과 습지의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이제 여강의 과거 비경은 사라졌지만,
지금 우리곁에 존재하는 여강의 현재 비경은 앞으로도 계속 흘렀으면 좋겠습니다.


<상수원에 폭격장이 있더군요>


오늘 순례단이 점심 식사를 한 지역은 여주군 대신면 당산1리 마을회관입니다.
당산리 인근에 여주지역의 오랜 지역 현안 문제인 폭격장이 있습니다.
여강이 상수원으로 이용되는 강임에도 불구하고,
여강 사이 하중도(강 사이 섬)이 폭격장으로 40년 넘게 이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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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상으로는 여주군 능서면 백석리에 위치해 있으며, 약 35만평의 공군 폭격장입니다.
1957년부터 약 50년간 여강 한가운데서 매일 같이 폭격 훈련이 이루어졌다 하는데,
인근에 초등학교에서부터 민가가 인접해 있으며, 폭격장 양안으로 여강이 흘러갑니다.
순례단이 순례 13일째인 2월 24일 건너편 능북초등학교 앞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는데,
거리상으로 500여미터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까웠으며, 당시 훈련장 전경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입니다.

이 폭격장은 사실 사회적으로는 잘 알려진 지역은 아니나, 여주지역에서는 오랜 문제라 합니다.
1981년에는 41세의 농민이 숨지고 1990년에는 유탄에 고등학교 3학년의 여학생이 맞아 사망한 사례도 있어,
지역에서는 ‘제2의매향리’라 부르며 이전 운동이 한창이었다고 합니다.



매일 같이 훈련이 진행된는 군 폭격장 인근 지역에
운하가 만들어져서 관광선이 다니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운하 문제를 떠나 이 지역 주민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또한 상수원보호구역이며 수도권 2천만 주민의 식수원 지역에
훈련장이 만들어져서 매일같이 훈련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주민들의 이전 요구와 민원으로 폭격 훈련이 상당부분 줄어들었다 하나,
하루동안 이 지역을 지나는 순례단의 귀는 여전히 멍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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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단이 폭격장 인근 제방길을 따라 걸어갈 때
여강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함께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곳곳에 모래 사장 사이로 여울이 일고, 그 모래 사이로 강물이 흩어졌다 합수되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흐름에는 말없이 주민들의 아픈 현실을 안고 흐르는 여강의 눈물이 있었습니다.
상수원인 생명의 강에 죽음의 폭격장을 만들고 지역민의 아픔을 외면하던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할 것입니다.



<다리밑에는 새로운 문화가 있었습니다>


순례단은 하루 여정을 출발하기 위해 발걸음을 시작하였던 여주대교 교각에는 매우 특이한 그림들이 있었습니다.
일종의 ‘그래피티 아트’라고 하는 그림들입니다.
일종의 거리 예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분무기로 낙서 같은 그림이나 문자를 새기는 일종의 ‘거리의 예술(street ar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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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대교 하단의 교각들에 그려진 그림 중 일부. 이외에도 다양한 그림들이 있음)

사실 그동안 순례단이 강을 따라 순례하면서 만났던 많은 교량들에는
이러한 일종의 그래피티 아트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매우 아름다운 그림도 있었으며, 여주의 그림과 유사한 그림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는 다리 밑 교각에 ‘구인 광고’와 ‘음식점 광고’가 많이 보이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이곳을 찾아 ‘거리의 예술’을 구현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것이 현실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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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부산 지역 교량 밑에 그려진 그림 중 일부)

오늘 여주에서 본 몇가지 그림과 과거 낙동강 지역에서 보았던 몇가지 그림을 보면
참 대단한 그림들이 그려져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을 보면서 ‘거리의 예술’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를 떠나
‘다리밑’이라는 말이 가지는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이미지가
이러한 작품들로 인해 새롭게 변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거리의 예술도 강변을 찾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억과 추억을 남겨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을 살리고 보전하는 것은 잊혀진 강을 우리에게 친숙하게 만드는 노력과,
그 속에서 새로운 기억과 추억을 되살리는 길에서 시작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문화속에서 강에 소풍을 가던 우리의 예스런 추억들이 되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얼마전까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이사장이셨던 박화강 선생님은 “오늘 신륵사 주변에서 손을 씻고 자연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손도 겸손한 마음으로 씻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생명을 죽일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인간의 욕심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차라리 운하로 인하여 스스로를 성찰하고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하루 순례 참여 소감을 말씀하셨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이 되기 위해 운하공약을 했지만 이제는 운하의 허구성과 진실성을 고백하고 포기하기를 바란다”고 희망하였습니다. 박화강 선생님은 1주일간 순례단과 함께 나머지 구간에 대한 순례를 참여할 예정입니다.

강화교동무학교회의 조언정 목사님은 “성경에 보면 돌을 떡으로 만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탄의 유혹에 예수님은 망설임이 없이 물리쳤습니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경제가 궁핍할지라도 운하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물리쳐야 한다”며 운하에 대한 소신을 밝히셨습니다. “걸어보니 자연은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욕심 많은 인간위주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 문제점”이라며 인간의 각성도 촉구하셨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장로니까 신앙적 양심을 가지고 경제이전에 해서는 안되는 일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사람과 자연이 함께 더불어 살아 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을 바란다”고 희망하였습니다.


한독신학연구소의 김만종 목사님은 “저는 현재 무브온 21이라는 정치 웹진 싸이트에서 광우병, 의료보험, 운하 관련하여 부당성을 알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 중에 운하는 나눔보다는 욕망의 산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강을 느끼고 생명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어 왔다”고 참여 동기를 밝히셨습니다. 또 “걸어보니 그대로 두면 아름답고 수만 가지 느낌을 주는 자연을 운하로 망치면 않 된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했습니다. 운하건설을 반대하기 위함이 아닌 생명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간직해야 한다”며 순례 소감을 말씀하셨습니다. 위정자들에게는 “세상을 사는 데는 돈보다 소중한 가치가 너무 많습니다. 나눔, 생명, 성찰 등의 가치를 모태로 하여 국정운영을 해주기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오늘 순례단에서는 단장이신 이필완 목사 / 김민해 목사 / 문정현 신부 / 문규현 신부 / 홍현두 교무 / 김현길 교무 / 수경 스님 / 도법 스님 / 지관 스님 / 박남준 시인 / 이원규 시인이 참석하였습니다.


하루 순례길 동참자는 장경훈(화성) / 조언정(강화교동무학교회) / 이도담(이우학교 분당) / 안승길 신부(부론 성당) / 박현규 목사(군산) / 일현당(여주) / 전성희(청주) / 이혁(장호원 대서교회) / 양용석 목사 / 박화강(국립공원관리공단전이사장) / 강동일(청년환경센터) / 김만종 목사(서울 신학연구소) / 이항진(여주환경운동연합) / 최종옥(평화동성당) / 유홍덕 외 2명(여주교당) / 김인경 교무님(잠실교당)이 참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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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팀에서 준비한 점심 식사)

진행순례팀에는 이상배(진행팀장) / 조항우(팀장) / 강병규(진행) / 김희흔(진행) / 김창환(진행) / 정신화(진행) / 명계환(기수, 기록) / 김현순(동영상) / 이희섭(동영상) / 김선희(사진)님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일정 안내>

● 제95일차 / 5월 16일(금)
강상면 양근대교(시작점) - 수청리 작은 청탄마을(도착점)


● 제96일차 / 5월 17일(토)
수청리 작은 청탄마을(시작점) - 퇴촌 남종면 공설운동장(도착점)



● 제97일차 / 5월 18일(일)
퇴촌 남종면 공설운동장(시작점) - 팔당대교(도착점)


● 제98일차 / 5월 19일(월)
휴일 및 정비


● 제99일차 / 5월 20일(화)
팔당대교(시작점) -  고덕동 생태복원지 (도착점)


● 제100일차 / 5월 21일(수)
고덕동 생태복원지 - 잠실대교 수중보(남단. 도착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여주 신륵사에서 잠자리와 식사를 후원해주셨습니다.
* 여주환경연합의 이항진 집행위원장님이 길 안내와 운하에 대한 설명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잠실교당 김인경 교무님께서 간식과 과일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정확한 출발 장소 및 시간은 도보순례단에게 전화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 도보순례 1일 참가 일정과 수칙은 www.saveriver.org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2008. 5. 14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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