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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산 의 봄소식 / 계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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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상행 작성일11-04-14 00:04 조회3,130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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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산의 봄소식

늘 쓰던 안경이 때로는 걸리적거리고 불편할 때가 있어
가끔 벗어놓곤 하는데, 하루는 안경을 어디에
두었는지 통 기억이 나지 않아 온 방안을 찾아다닌 적이 있었다.

한참을 헤매다 잠시 다시 생각하며
얼굴을 만지는 순간 뭔가 손에 닿는 것이 있지 않은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세상에, 끼고 있던 안경을 그렇게 찾아다녔으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예전에 어떤 사람은 봄을 찾아서
온 산천을 돌아다니다 결국 찾지 못하고,

지쳐서 집에 돌아와서 뜰에 복숭아꽃이 만발한 것을
발견하고는 ‘봄이 멀리 있지 않고 바로 내 집안에
있었구나.’하고 탄식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축서사가 있는 문수산도 2월 중순이 되면 어머니
품같이 포근한 훈풍이 때때로 불어온다.
그러나 수은주가 봉화 시내보다 보통 5℃ 정도
더 내려가는 문수산의 겨울추위는 더욱 매섭고 길다.

간혹 예리한 칼날 같은 눈바람이 불어올 때면 꽁꽁
얼어붙은 소나무 가지는 몸서리를 치고, 새벽에
예불하는 손발은 시리다 못해 찢어지듯 아파오며,
법당 처마 끝에 매달려 떨고 있는 풍경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토록 잔혹한 추위에 정녕 봄이 발 디딜 수
있을까 싶더니만 어느새 언 땅이 슬슬 녹기
시작하는 3월 말이면 대지에서는 새싹이 살며시 머리를 내밀고,
마른 나뭇가지는 작은 봉우리를 하나 둘씩 맺기 시작한다.

이윽고 4월에 이르면 다소곳이 봄꽃을 조심스레 피어낸다.
그렇게 봄이 오면 겨우내 어디 있다 나오는지
온갖 새들이 도량 여기저기를 돌며 신바람이 나서 야단법석이다.
그들의 환희에 찬 노랫소리는 밤낮으로 각양각색이다.
저녁에는 ‘솥쩍다 솥쩍다’ 하며
올해는 풍년이 드니 큰 솥을 준비하라 하고,
밤에는 ‘휘-ㄱ 휘-ㄱ’ 휘파람을 불며 야경을 돈다.

동이 틀 무렵에는 ‘밥만 먹고 잠만 자고’ 하며 게으른 수행자를 경책하기도 하고,
때로는 ‘홀딱 벗고 홀딱 벗고’ 하며 마당 쓰는 행자를 미소 짓게 한다.

낮이면 ‘까-악 까-악’ 하며 염불로 다듬은 듯한 우렁차고
맑은 목소리를 자랑하기도 한다.
엉덩이에 노란 깃털이 달린 어린 놈은 즐거운 듯 ‘쪼아, 쪼아’ 하며

나뭇가지 위에서 꽁지를 까딱거린다.
그렇게 작은 새 큰 새 할 것 없이 제각기 목청껏 노래한다.
새싹이 돋아나는 소리,
새들의 지저귐, 훈풍의 감미로움,
이 모든 것이 부처님의 묘한 법음으로 들려온다.

모두가 멀리서 봄을 찾지 말고 자기 내면에
있는 봄소식을 찾아 집집마다 풍년이 들었으면 좋겠다.
 

 

   마음의 고향 축서사

댓글목록

무상행님의 댓글

무상행 작성일

저 그림속 스님 모습은
계법스님 모습을 닮은것 같다...(지극히 개인적인 생각..ㅎㅎ)

개인적으로..
평안함을 선물 받아 왔기에..
감사함으로.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심봤다~~~~~하며 찾아 왔습니다..

계법스님..
다시 뵙고 싶습니다..()()()

혜안등님의 댓글

혜안등 작성일

스님의 글을 접하니 더욱 반갑습니다.

오늘은 축서사불교대학 1학년 불교문화 강의시간인데 강사스님으로 계법(서천)스님께서
오신답니다.
선배님들이 많이 청강오셔서 좋은 강의 함께 하면 더욱 좋겠네요.

영영님의 댓글

영영 작성일

예전처럼 멋진 사진은 없지만
오랜만에 대하니 색다른 느낌입니다.

훈풍과 더불어 다시 읽은 옛소식은
예나 지금이나 늘 신선함을 주는군요.

이렇게 일깨워주시니
진정 봄을 찾으러 가야만 할 것 같습니다.
아주 늦게 늦게라두요.^^

법융님의 댓글

법융 작성일

계법스님을 잘 아시는 신도님들이 몇 사람 만 모이면
계법스님 이야기를 힙니다
"축서사에는 그러하신 스님이 주지스님 소임이든,
총무스님 소임을 맡으시든 와 계셔서 큰스님을 보필 해 드려야 하는데.."
" 그래야만 신도들도 믿음을 더 키울수 있고 도량에서도 더 활기가 넘치겠는데....."
 막연 하나마 그 바램을 접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원을 세워 봅니다, 하루속히 훌륭하신 스님들이 오셔서 함께 해주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