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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이라는 국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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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련화 작성일12-06-16 10:52 조회3,117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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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이라는 국수집'



서울 용산의 삼각지 뒷골목엔
'옛집'이라는 간판이 걸린
허름한 국수집이 있다.
달랑 탁자는 4개뿐인...

주인 할머니는 25년을 한결같이
연탄불로 뭉근하게 멸치국물을 우려내
그 멸치국물에 국수를 말아낸다.

10년이 넘게 국수 값은 2,000원에 묶어놓고도
면은 얼마든지 달라는 대로 더 준다.
몇 년 전에 이 집이 SBS TV에 소개된 뒤
나이 지긋한 남자가 담당 PD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전화를 걸어온 남자는 15년 전 사기를 당해
재산을 들어먹고 아내까지 떠나버렸다.
용산 역 앞을 배회하던 그는 식당들을
찾아다니며 한 끼를 구걸했다.

음식점마다 쫓겨나기를 거듭하다보니 독이 올랐다.
휘발유를 뿌려 불 질러 버리겠다고 마음먹었다.
할머니네 국수집에까지 가게 된 사내는
자리부터 차지하고 앉았다.

나온 국수를 허겁지겁 먹자
할머니가 그릇을 빼앗아갔다.
그러더니 국수와 국물을 한가득 다시 내줬다.
두 그릇치를 퍼 넣은 그는 냅다 도망쳤다.
할머니가 쫓아 나오면서 뒤에 대고 소리쳤다.

"그냥 가, 뛰지 말구. 다쳐!"
그 한 마디에 사내는 세상에 품은 증오를 버렸다.
 
 
국수...
어떤 음식보다 정감이 덤뿍 묻어나는 음식인것 같다.
소화도 잘 되어서 잔치집에서 옛부터 국수를 대접해 드렸나보다.
 
사찰에서 국수를 삶으면 스님들께서 웃으신다고 해서
"승소 (僧笑)"라고 일컸는다는 말을 한스님께 들은적이 있다.
 
잘 익은 열무에 비벼서도 먹고 싶고
버섯이랑 무우랑 넣어서 우린 국물에 말아 먹고도 싶다.
 
조금 한가하면 공양주 보살님께 국수 삶아 달라고 보채봐야겠다
정작 국수가 먹고 싶은것보다.
엄마의 풋풋한 정을 느끼고 싶어서 일런지도....
 
그렇게 한그릇 뚝딱 먹고나면
내몸에 기운도 펄펄 날아갈것 같다.
 

댓글목록

담미님의 댓글

담미 작성일

왠지 콧등이 시큰해 지네요 ...
아 -  오늘은 정말 국수가 먹고시퍼요 ..
냠냠 ...ㅎㅎㅎ

영영님의 댓글

영영 작성일

감동적이로군요.!!!
아래에 올려 주신 내용대로 정말 같이 살아가는 방법이로군요.
그리고
승소라는 단어를 보니 생각나는 고사가 있군요.

중국 원나라의 어느 사찰을 방문한
고려 말기의 유명한 학자인 목은 이색에게
그 절 주지스님께서

‘僧笑少來 僧笑少(승소소래 승소소)
승소(僧笑)가 적게 나오니 스님의 웃음도 적네.‘

라는 시를 지으며 대구를 청하니
목은 이색은 오랜 고심 끝에

‘客談多至 客談多(객담다지 객담다)
객담이 많이 나오니 나그네의 말도 많아지네.‘

라는 대답을 하여 많은 칭찬을 받았다고 하였더군요.

승소란 위의 내용대로 우리 절집에서 이르는
떡이나 국수를 가리키는 말이며
객담이란 술을 지칭하는 또 다른 별명이라고 하는군요.^^

홍련화님의 댓글

홍련화 작성일

아 네에 그렇군요.
객담은 적당하게 ㅎㅎㅎㅎ
활기찬 월요일이 되시길.....

shs4820님의 댓글

shs4820 작성일

笑麵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