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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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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명심 작성일06-05-13 23:52 조회2,786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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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랫만에 나들이 갔다 왔습니다. 거의 주말마다 바쁘게 다니다 보니 남편과 함께 하지 못했고, 내일 모임에는 또 남편을 집에 두고 동해안으로 가기로 되어 있어서, 남편한테 점수를 좀 따야 되겠기에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많이 했죠. 여름 잠바가 10년은 젊어 보인다. 요즘 뜨는 동안(童顔)이다 하면서 웃음이 나왔지만 내일을 위해서 완벽하게 연기를 했습니다.


점심도 외식이 안 좋다며, 정성을 보이는 척 대충대충 뚝딱 해가지고 갔습니다. 제천 청풍문화유적지로 갔습니다. 청풍은 수몰되기 전, 남편의 근무지에서 남편과 함께 일년 간 살던 곳이라 한번 가 본다고 한 것이 벌써 3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유적지 안에 옮겨놓은 문화재 건물은 낯이 익고 반가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 때 올라가서 놀던 한벽루 대청에 자리를 펴고 가져온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두릅전, 꽈리고추무침, 미나리무침, 물김치, 쌈, 정말 맛있게 먹고, 우리가 살던 곳이 어디쯤일까 하고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어느덧 3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제가 집에 갔다가 이곳 청풍으로 올 때면, 남편은 강가 나루터에 나와서 기다리다 나를 발견하면 두 손을 열심히 흔들었습니다. 나는 아이를 업고 시댁에서 싸준 쌀, 반찬 따위를 머리에 이고 강을 건너 선착장에 내리면, 남편이 뛰어와서 보따리를 받아서 가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남편이 그러대요. 그때는 당신이 참 고왔다고요. 그 말이 세월의 서글픔을 느끼게 했어요.




댓글목록

보덕행님의 댓글

보덕행 작성일

아이고... 진짜 맛있게 보입니다!!!! 산해진미도 맥을 못추는 식단입니다! _()_

혜산님의 댓글

혜산 작성일

월명심님! 아직도 너무나 고우시고요 곱게 연세드실것입니다. 아름다운 노후를 맞이할수 있도록 열심히 정진하고 건강을 기원합니다. 도시락이 아주 탐스럽고 같이 나누어 드시는 정겨운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여학생님의 댓글

여학생 작성일

부럽네요!  부부가 지난날 돌아보며 이렇게 다정히 지내기 어려운데....

은지~네님의 댓글

은지~네 작성일

와~ 저 돗자리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그리고 맛깔스런 두릅,상추, 부침개, 꽈리고추무침.... 제눈에는 이런것만 보이네요. 또 요구르트,노란참외...ㅎㅎㅎ 청풍문화유적지... 전에 한번 가본적이 있는데 참 좋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조상의 삶의 유물울 잘 갖다가 재현해놓았더군요. 진짜 모든것이 추억으로의 여행이었겠네요. 그런데 저음식들 맛있겠네요.참고로 여기는 저런 참외를 구할수 없는 미국의 깡촌 시골입니다.